2022년, 2023년 결산과 나의 근황-(2)

JinSheap
6 min readJan 12, 2024
https://velog.io/@sehyunny/the-end-of-fe-development

원래 이 글은 2022년도 말에 아래와 같은 문단으로 시작할 예정이었다.

매일 같이 IT 업계 불황과 AI 관련뉴스가 피드를 울리고 ‘00개발의 종말’, ‘XX일자리의 끝', ‘당신이 지금 SS 인공지능 툴을 배워야 하는 이유 10가지' 같은 글들이 미디엄 추천 글 목록을 장식하는 이 때에, 다들 잘 계신지?

나는 곧 사라진다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며 나름 잘 있다.

그러나 정신 없이 사는 동안 AI 광풍도 불안을 먹고 자라던 자기계발 마케팅도 서서히 잦아들고, 인공지능은 그저 일상이 되었으며 동료들은 해고당하기보단 스스로의 의지로 옆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블로그는 언제나 마음 속에 있었는데 어쩐지 할 말이 없었다. 쓰지를 못하는 사이 시간은 2년이나 흘러버려서 점점 그간의 일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그래서... 이제는 좋은 글은 포기하고 기록을 위해 적는다. 늦은 취업 소회와 그간의 작업 이야기.

  1. 취업(1) : Lunit에서의 Frontend 개발자 생활
회사 홈페이지는 vue로 만들어졌다

2022년도 초에 Lunit이란 의료 인공지능 회사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입사했다. 현재도 다니는 중인데, 돌이켜보면 첫 일 년은 어떻게 다닌 건지 신기할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동료들도 회사 복지도 좋지만 아무래도 처음에는 프로젝트마다 다른 기술 스택이나 의료 혹은 인공지능 관련 개념을 배우는 게 힘이 들었다. 의료 영상 포맷인 Dicom의 표준과 관련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대체 뭐지 나 의사 아닌데 이런 걸 배워도 되는 거야' 정도의 인상이었다.

게다가 입사 당시에는 Typescript나 Redux 관련해서도 겉핥기 수준으로만 알 뿐이어서, 첫 1년 간은 부족한 점을 채우며 살기 바빴던 것 같다.

와중에 Storybook이나 Cypress 등 중요성은 알지만 써보지 않았던 기술도 배우고 Monorepo 환경에서 개발도 해보고 이슈도 처리하고 틈틈이 외국인 개발자들이랑 교류해야 해서 영어도 연습하고 디자인 시스템 TF에도 들어가고 첫 배포도 해보고 등등…

계속 이 상태

처음 일 년 동안은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계속 의심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과제 전형 잘 치르고 들어온 회사라 그렇게까지 자기검열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아무래도 그냥 배울 게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비전공자’라고 한계를 긋기 싫어하지만 기본기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 일단 팀에 좋은 동료가 많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마음껏 물어보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었고, 나 자신도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서 어떤 일이든 결국에는 해내면서 이겨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신입이 있다면 결국 다 지나갈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괜찮아요. 고생하셨습니다.

2. 취업(2): Lunit에서의 eXperience Engineering 개발자 생활

안녕 스택오버플로우

여전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2023년도 중반에 조직 개편이 있었다. 팀의 구성원은 달라지지 않은 채 업무 스코프가 달라져서 Frontend 팀은 유저와 밀접한 서비스 영역을 모두 담당하는 eXperience 팀이 되었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었는데, 일단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거 Node를 제대로 써보고 싶어서 Insight-Challenge라는 서비스의 서버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보게 됐다.

RSNA 부스 홍보 영상에 나온다 우리의 챌린지!

여전히 나 자신을 프론트엔드 개발자라고 생각하지만, 이때 백엔드를 만들어본 경험(사실 이제 aws도 다룰 예정이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은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조금 더 큰 틀에서 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됐다고나 할까.

사실 이미 현업인 입장에서 아주 다른 영역을 안정적으로 배우고 프로덕션 레벨에서 서비스 하기는 힘든데, 팀장님이나 동료 팀원 분들이 백엔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서 그 노하우를 곁에서 듣고 배울 수 있었다.

2023년에는 일 년 차였을 때보다는 실력이 늘어서 자책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했던 것 같다. 회사가 상장하면서 예전의 북적북적 정이 넘치던 느낌은 사라져 아쉬웠지만.

3. 사생활

그렇다 직장인은 이렇게 되는 것이다

독립했고 두 번의 연애를 끝냈다.

글로 쓰다보니 지난 2년이 정말 처음 해보는 것들로만 가득 찬 시간이었구나 싶다. 독립도 처음, 연애도 처음이었고 많이 서툴렀다. 모든 게 폭풍 같았다가 지나간 지금은 ‘그래도 그때 경험해서 다행이지 뭐야…’란 생각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를 잘 소화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지만, 지나고나니 좀 더 성숙해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우리집은 참 예쁘다. 사람도 많이 초대할 만큼, 내가 늘 꿈꾸던 보금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할 만큼.

4. 결론 아닌 결론

독자님 모두에게, 활짝 피는 하루 보내길.

다소 황급한 마무리 같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근황은 이 정도가 다다.

더 할 말이 있다면… 그냥 지난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은 더 유연하고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고, 예전처럼 한 가지에만 몰두하기보단 취미도 더 만들고 좋은 커피와 만남에도 시간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번 주에는 처음으로 친구와 스키도 타러 가본다는 것 정도…

아, 최근에는 기술적으로 기반 지식이 부족함을 느껴서 자바스크립트 내부 구조나 우분투 리눅스 등을 공부할 예정이라는 것도 있겠다.

그리고 또 도전할 예정인 일이 있는데, 이건 앞으로의 블로그 글을 통해서 꾸준히 알리고 싶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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