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학교 — 입학

JinSheap
4 min readFeb 23, 2024

다시 한 번, 컴퓨터공학 공부하기

정감가는 홈페이지

나는 (컴퓨터공학) 비전공자라는 말에 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을 하지 않아도 잘하는 분들을 본데다가 — 그런 경우가 존재한다는 의미지 쉬운 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 어차피 공학은 학위와는 별개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은 공학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한국어문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인턴 하던 시절, “00님은 국문학 전공해서 좋겠네요.” “출판사에서 일하려면 국문학 전공해야 할까요?” “책 쓰려면 국문학 전공하는 게 좋겠죠?” 같은 질문을 꽤 들었는데, 내 대답은 늘 같았다. “글쎄, 본인 하기 나름 아닐까요.”

나는 책을 좋아했고 글을 잘 썼기 때문에(각 장르별 문법을 이해하고 그 규칙에 맞는 글을 써내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한국어문학을 전공했고 출판사에 간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었다. 공학도 똑같지 않을까?

그저, 학위 소지자들이 4년 간 노력해서 갖춘 만큼의 전문성과 깊이를 독학으로는 갖추기 힘들 뿐이다. 그러나 독학만으로 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차등을 둘 필요가 있겠나.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U4nToho9Ot8

그렇지만 ‘실력이 중요하지 학위가 중요한가'는 내 생각이고, 실제로는 학위가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하는 경우를 꽤 경험했다. 뽑는 사람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 지원자는 넘치는데 객관적 기준은 부족하니까.

나는 이미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다른 도전을 할 미래를 생각했을 때 그런 거름망에 걸러지고 싶지는 않았다. 학위가 있을 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이 생겨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기도 했다. 최근 기본기가 부족함을 느껴 이런저런 책도 사고 유데미 강의도 들으며 CS지식을 쌓고는 있었는데, 강제성이 없다보니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반면 학교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강제성이 생기는 데다 강의나 자료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같이 공부할 동료도 생길 테니까, 독학보다는 더 효과적으로 지식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중요 정보는 다 가렸지만 저의 입학지원서입니다

그래서 올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편입하게 됐다. 왜 방송대인가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짧게 줄이자면 ‘직장과 병행 가능한 대학 중에 가장 제대로 된 곳이어서'가 답이 되겠다.

김보영 작가를 좋아하는데, 그의 <방통대 법학과 졸업한 소고(2019/04/21)>에도 영향을 받았다. 공부를 다시 한다면 이런 곳에서 하고 싶었다.

컴공과 친구 왈 누가 봐도 현업자 시간표

추가 모집으로 지원해서 결과 발표가 늦게 났지만 이변 없이 합격해서 기뻤다. 다시 학교에 간다고…

눈부신 봄과 함께 공부도 시작이니 설렘이 반. 안 그래도 인프라까지 하게 되어 벅찬 회사 생활에 대학까지 병행한다니 걱정이 반.

그래도 아는 사람들 중에 4명이나 같이 방송대를 가게 되어서 외롭지는 않다. 컴퓨터공학과는 작년에 처음으로 모집 인원보다 접수 인원이 많아서 탈락자가 생기기도 했다는데, 확실히 주변만 봐도 수요가 많은 것이다. 일단 나와 같이 부트캠프를 나온 사람들 중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개발자로 일하는 분들 대다수가 2년 차쯤 되니 방송대에 가기로 결정했으니까.

여튼 겸사겸사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설레서 과목 정보도 다 찾아보고 블로그 글마다 다 읽어보고… 공부 인증방까지 들어갔다!

실은 이 글도 결심을 다잡으려고 썼다. 종종 다시 들여다보고 다짐을 잊지 말아야지.

Cause wings are made to fly

얼렁뚱땅 마무리지만 리틀 믹스와 함께 힘차게 인사하며,

그럼 여름에는 1학기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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